일과 사랑이 우리 존재의 전부다 - 프로이트
삶을 돌이켜보면서 이 말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됐다. 나는 지금 일을 통해 존재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정하고, 일하며 그걸 얻어내는 과정이 나의 삶의 의미이자 행복이다. 매일 자기 관리의 밧줄 위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행동을 하며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이 나는 진정으로 즐겁다. 이만큼이나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일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여자를 만나는 것이 더 무섭다.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뜻이 여자로, 사랑으로 해결되어버릴 것만 같아서다. 목표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더 달콤한 것으로 대체되어 버린다면 솔직히 지금만큼 노력할 자신이 없다. 여자 친구들을 만나며 이런 동력이 어느 정도 결핍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는 한 환자 보고서에서 투렛 증후군(틱 장애) 환자가 폭발하는 에너지를 재즈 드럼 연주에 사용하며 장애를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예시를 보여준다. 그 사람은 틱 장애를 약으로 치료하면 대신 우울증을 앓았고, 드럼을 제대로 치지도 못했다. 그래서 의사는 그의 복용량을 줄이고 일주일에 이틀은 약을 먹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그 사람은 틱 장애를 껴안고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도 결핍을 충족시키지 말고 참으며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걸 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사랑이 무한하니 많이 나눠주라고 하지만 그걸 나눠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 시간은 내가 이룰 뜻과 인류에 바치기도 벅차다.